출산 소설 아악 | [만화] 딸이 갑자기 알을 낳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76 개의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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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火神) 004 – 절맥 – 웹소설의 유토피아, 글세상 문피아

아악!” 한 여인이 방에 누워 천장에 묶어놓은 천을 부여잡으며 산고(産苦)에 한 시진이 …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계속 말을 걸며 일단은 출산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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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m.munpia.com

Date Published: 2/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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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rose 2부 8화. 출산 – 레이디버그

레이디버그 팬 블로그입니다! 각종 추측, 추리, 정보, 소설, 영상제작 합니다. 많이 찾아와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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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6/1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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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감동의 출산이야기 – 동구, 아빠손잡고 세상으로 입장~!

아아아아악!!!!” 물컹…. 어른 주먹 두개만한 크기의 달걀같은것이 미끄덩… 하고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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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9/2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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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전율의 순간 – 브런치

2015.08.04 은율이의 탄생 | 아기가 골반에 이미 진입해있다는 말을 들은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일찍 나올거란 말과 달리 좀처럼 진통이 오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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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brunch.co.kr

Date Published: 1/1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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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가족 – 문장 웹진 – 문학광장

[단편소설] 우아한 가족 손현주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오디오북을 만나볼 수 … 병원에서 잡은 출산예정일이 아직 두 달이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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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ebzine.munjang.or.kr

Date Published: 4/2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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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출산 소설 아악

  • Author: 매니매니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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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22. 1. 18.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O-k6NzDM4Ck

Emprose 2부 8화. 출산

48시간

안녕하세요, 두리안입니다! 오랜만에 온리전을 통해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먼저 즐겨주시기 앞서 충분치 못한 표현으로 헷갈리실 것을 방지하기 위해 캐릭터들의 손목에 새겨진 숫자는 시단위 : 분단위 라고 생각해 주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무료공개분 입니다. 이후 유료공개입니다.

출산, 전율의 순간

아기가 골반에 이미 진입해있다는 말을 들은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일찍 나올거란 말과 달리 좀처럼 진통이 오지 않아 애가탔다.

3km씩 가볍게 공원을 돌고 짐볼 위에 앉아 무거운 배를 출렁이며 공을 튀겨보아도 아기는 꼬물꼬물 놀기만 할뿐이었다.

이미 초음파로는 한 화면에 아기가 잡히지 않을만큼 커진 은똥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듯 했다.

몸이 너무 무거워서 어서 40주의 대장정을 끝내고싶은 마음 뿐이었다.

밤마다 약한 가진통이 찾아오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진통 주기를 체크하며 진통이 거세지길 기다렸다.

해봤어야 알지, 도대체 뭐가 진통이야?

임신 막달이 되면 잦은 배뭉침이 온다. 종아리에 쥐가 나듯 근육이 수축하는 느낌이 배에서 느껴지며 딱딱하게 뭉치는데, 때로 이것이 심하면 억 소리나게 아파 진통으로 오해하곤 한다.

분명 나올 때가 되었고 여러 출산 징후도 보였으니 신경이 곤두서는 건 당연하다. 배뭉침이 점점 심해져 통증을 수반하였다.

-진통인가봐!

이제 곧 나도 비명을 지르게 되는걸까. 꽤 아프긴한데 이정도면 애낳을만 하다, 라는 거만한 생각을 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아기심박 및 진통수치 측정장치

남편과 대기실로 향하니 간호사가 어쩐일이냐고 물었다. 배가 아프다고했더니 배 여기저기에 무언가를 붙여대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 아직일거에요. 초산이시죠? 허리 피고 들어오는 분들은 보통 아직이더라구요.

분명 배는 아팠다. 기계의 진통수치도 최고치인 99를 찍고있었지만 간호사는 얄밉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시래요’라는 의사의 말을 전했다. 주기적으로, 정말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프면 꼭 다시 오라고 하며.

도대체 얼마나 아파야 하는 거야?

뭐가 진통인 거야?

우매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이튿날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었다.

2015.08.04 새벽 4시 경.

퍽!

배구공에 맞은 듯한 통쾌한 타격음에 놀라 화들짝 잠에서 깼다. 하지만 집은 고요했다.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다릉다릉 기분좋게 들려왔을 뿐이다.

아기도 자는지 뱃속도 고요했다.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로 향하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주르륵, 변기에 떨어지는 무언가는 분명 소변이 아니었다. 내가 내보낸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로만 듣던 요실금인가!

이미 별별 망가짐을 다 겪은 직후라 그저 우울하게 속옷을 올리던 순간, 무언가가 계속 흘러나왔다. 냄새늘 맡아보니 약한 락스냄새가 났다. 양수가 터진 것이다.

여보!!!! 나 양수터진것 같아!!!

아무리 소리쳐도 깨지 않는 남편의 등짝을 후려쳐 깨운 뒤 부푼 마음으로 차에 탔다.

양수는 흐르지만 통증은 아직 없었다. 힘주려면 꼭 밥을 먹고 가란 선배들의 조언대로 나는 기어코 속을 든든히 채우고 가겠다며 당황한 남편을 끌고 순대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오버나이트 생리대가 슬슬 젖어들어갈 무렵, 순대국밥을 후후 불어대던 그 때, 강렬한 통증이 배를 강타했다.

눈물이 찔끔났다. 아파도 이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삼십초 가량 지속된 후 오분 정도는 평온했기에 순대국을 싹 비우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여보, 난 우아하게 낳을 거야

이틀전, 이정도 진통이라면 난 기꺼이 인내하고 참으며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을 거라 말했었다.

구령에 맞춰 힘주며 우아하게 출산 할거라고.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나는 급속한 분만 진행이 되어있었고 자궁문이 30%가량 열린 후였다. 말도 안되는 통증이 찾아왔다.

으으으으으!

참아보려해도 흡사 짐승의 소리가 입을 비집고 튀어나왔고, 30초 간격으로 진통이 찾아올때면 침대 헤드를 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려 몸을 꼬아댔다.

기차가 밟고 가는 듯한 아픔이란게 빈말이 아니었다. 우아는 개뿔! 결국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때 왜 손 안잡아줬어? 란 내 물음에 남편은 머쓱하게 웃으며, 주위 아기아빠들의 조언대로 행동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와이프 진통할때는 초인이 된다더라. 어찌나 악력이 쎈지 잘못잡히면 손 으스러진다고.

남자들이란….

간호사들이 들어와 친정엄마를 쫒아냈고 남편만을 남긴채 힘을 주라고 했다.

자궁문이 빠르게 열리는 바람에 관장을 못했던게 그와중에 떠올라 ‘실수’할 것이 염려되었다. 하지만 다시 진통이 찾아오자 이 지옥같은 순간을 끝낼 수만 있다면 영혼도 팔 수 있을 듯했다. 똥 정도야.

진짜 지옥이 펼쳐졌다. 진통이 오는 순간에 맞춰 힘을 주라는데 가뜩이나 심한 통증은 힘을 주면 더 심해졌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자궁문 입구를 열어주기 위해 간호사들이 입구에 손을 넣고 마구 헤집어댔다.

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면 혼이 났다.

-엄마, 소리지르면 안 돼요. 힘이 분산 돼서 안 돼.

남편은 분만이 시작되자 기꺼이 손을 내주었지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더더더더 라고 외치는 간호사에게 이 이상으로 더 힘을 줄 수가 없다고, Max치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비명만이 터져나왔다.

그러던 와중, 옆 방에서 울려퍼지던 비명 소리가 별안간 뚝 그치고 아기 울음 소리가 선명하게 내 귀에 들어왔다.

옆 방 산모가 아기를 낳은 것이다.

땀과 눈물 콧물이 뒤섞인 얼굴로 나는 다시 한번 힘을 내보았다.

이윽고 의사가 들어왔다. 힘줘요! 라고 말하는 순간 살점이 잘리는 쓱쓱 소리가 났다. 아기가 나오며 회음부를 찢는 것을 막기위해 미리 절개를 해두는 소리. 진통 때문에 그 통증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 힘이 많이 빠진 것 같으니 푸쉬 좀 해줘

지시가 떨어지자 마자 두 명의 간호사가 침대에 올라탔다. 힘을 줄 때 아래로 내려오는 아기가 다시 올라가지 않도록 체중을 실어 배를 눌러댔다.

그들 역시 필사적이었고, 도움에 힘을 얻은 나는 마지막 젖먹던 힘을 내어 눈동자의 실핏줄이 터져나갈 때까지 힘을 줬다.

-보인다! 머리 만져지네, 보인다!

분명 그렇게 외치고 있지만 좀처럼 아기는 나오지 않았고 나는 점점 탈진증상이 오고 있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남들은 제왕절개 시켜달라고 빈다던데, 그런 고차원적인 생각따위 할 수 없었다.

살려줘 여보, 살려줘, 살려주세요

그렇게 한시간을 더 빌고 외치고 비명을 질러댄 후, 무언가 미끄덩 배출되는 느낌이 났다.

힘차게 울어대던 아들, 아직도 이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난다.

말도 안 돼.

응애 응애 소리가 우렁차게 분만실에 울려퍼졌다. 정녕 내 뱃속에 있던 이 아기의 소리인가

내아들인가

내가 낳은건가

어디보자 내새끼,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그토록 안아보고 싶었던 아이가 내 품에 처음 안기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갖태어난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눈을 떠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 까만 눈과 오물거리는 입이 가슴 귀퉁이를 먹먹히 적셨다.

이건 기적과도 같았다.

고맙고 미안하고 희열과 환희가 몰려옴과 동시에 슬펐다. 아직도 모르겠다. 도대체 그 감정이 뭐였는지.

출산 후 임신 중이던 친구들에게 ‘어땠냐’는 질문을 꽤나 받았다.

아팠어, 라고 말하고는 더불어 그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다가 감히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해 그냥 고개만 끄덕여 버리곤 한다.

회음부가 많이 찢어졌다고 봉합해야 하니 마취제를 투여하겠다고 하는 소리가 들렸고, 정말 고생했다는 말하며 머리를 쓸어주는 남편의 손길이 느껴졌다.

병실로 옮겨졌다. 신생아 면회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난 ‘첫소변’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화장실까지 걸어갈 수가 없었다. 침대 상체를 조금만 세워도 어지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극심한 출혈성 빈혈이었다. 결국 엄마와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화장실로 향하던 중 기절하여 아들을 보러가지 못했다

홀로 면회한 남편이 보여준 사진. 어찌나 못생겼던지, 하지만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아마 모든 부모들이 같은 마음일거다. 신생아는 참으로 못생겼다. 양수에 퉁퉁 뿔어 심술궂어진 눈과 얼굴이 객관적으로 이뻐보이진 않다.

하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충만함과 사랑이 차오른다. 정말이지, 가슴이 벅차다. 못난 얼굴이 더없이 어여쁘다.

생후 3주, 먹고 자고 싸고 울고.

엄마가 되었다.

열 달간의 대장정이 끝이 났다.

이제 한 평생의 농사를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서

나는 몇 번이나 작고 보드라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우아한 가족 – 문학광장 문장 웹진

[단편소설]

우아한 가족

손현주

🔊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오디오북을 만나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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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결혼해.

언니가 폭탄선언 했을 때 우리 가족 모두는 설마? 설마? 진짜? 진짜아, 끝 음절이 올라가는 말들이 오갔다. 언니의 결혼 선언에 가장 분노한 사람은 당연히 아빠였다. 아빠는 눈을 부라리며 누구 맘대로 결혼이야! 라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상견례 한 번 없이 아비한테 통보하는 년이 어딨어! 빌어먹을 년, 어디서 근본 없이 굴어! 아빠의 태도에 언니도 지지 않고 대들었다. 우리 집에 근본이란 게 있었나, 허락이 왜 필요해? 아빠가 나 대신 결혼할 거야? 라며 대들었다.

아빠는 언니의 삐딱한 태도에 이년이 남자 맛을 단단히 봤구만, 아빠가 사업한다고 할 땐 나 몰라라 하던 년이 그놈이 사업한다니까 눈이 돌아가? 도대체 무슨 사업인지 알 수도 없는 판에 너 혹시 애 가졌냐! 아빠의 뜬금없는 혼전 임신이란 말에 화들짝 놀란 언니는 아빠를 경멸스러운 눈으로 쏘아봤다. 애 가졌냐? 라는 돌직구에 가슴이 쪼인 건 바로 나였다. 아빠의 비뚤어진 촉은 언제나 엄한 사람에게 갖다 댔다.

– 아이씨, 애 가진 년 옆에 두고 생사람을 잡아!

아빠한테 열 받은 언니는 결국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내 비밀을 폭로하고 말았다. 나는 현재 임신 7개월쯤 되었다. 정확한 달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추측이다. 아빠는 그때까지 내가 임신한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다. 몸이 워낙 마른 탓도 있지만 입덧이란 징후가 없었다. 유일하게 눈치를 챈 사람은 같은 방을 쓰는 언니였다. 임신 진단 키트를 쓰레기통에 던진 게 화근이었다. 언니는 쓰레기통을 비우려다 키트를 발견하고 말았다. 언니는 키트를 보자마자 소리부터 질렀다.

– 너······ 너 임신한 거야? 미친년!

– 조용해! 언닌 본 것도 들은 것도 없는 거야. 언니도 어차피 결혼하면 애 낳을 거 아냐. 지금 나 아주 조심해야 하는 거 알지?

– 야! 내가 미쳤냐. 애를 낳게. 이거 완전 정신병자네!

언니는 임신 키트를 보며 비웃었다. 하지만 나는 언니를 믿었다. 그러나 언니의 입은 믿을 게 못 되었다. 아빠는 언니의 말에 별로 놀란 기색이 없었다.

– 너 애 가졌어? 진짜? 잘 됐네. 그럼 네가 결혼하면 되겠네.

아빠는 내가 임신했다는 말에 놀라기는커녕 결혼하라고 했다. 열일곱 살 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진짜 내 아빠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었다. 내 행동도 잘한 건 아니지만 부모로서 할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쩌면 아빠의 머릿속은 온통 돈이 되는 사람과 돈 안 되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강남에 있는 웨딩홀을 잡아 식을 올리기로 했다. 언니는 가장 먼저 다이어트를 시작했으나 목표한 몸무게 도달엔 실패했다. 하긴 유치원 아이만 한 무게를 덜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미리 사둔 옷들은 내 차지였지만 취향이 달라 별반 달갑지 않았다.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는 언니는 후덕한 어깨를 보란 듯이 다 드러냈다. 곰돌이 형부도 오늘만큼은 말끔한 영국 신사였다.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게 있다면 뭔지 모르게 늘 불안해 보인다는 점이다. 언니의 말에 의하면 유통 쪽 일을 한다고 했지만, 정작 언니도 자세히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언니에게 곰돌이 어디가 좋아? 하고 물어보았다.

– 음······ 뭐니 뭐니 해도 지갑에 현금이 많아.

– 그래도 좀 더 알아봐.

– 그거 알아봐서 뭐 하게? 사업이란 게 월급쟁이랑은 차원이 다르잖아. 더 중요한 건 내가 일하기 싫으면 관두래. 그 말에 확 끌리더라. 그리고······ 이건 진짜 19금인데······ 음······ 관두자.

– 뭘 관둬. 말 꺼냈으면 뱉어.

– 미성년자한텐 설명하기 어려워. 네가 모르는 뭐 그런 게 있어.

언니는 그 대목에서 얼굴이 붉어졌다. 나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캐묻지 않았다. 언니가 처음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이 싫지 않았다.

오빠는 일찍부터 부조함을 책임졌다. 오빠는 아빠가 부조함을 들고 튈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오빠는 미리부터 부조함을 쉽게 열 수 없게 목공소에 의뢰해 맞춤 제작을 했다. 오빠는 부조함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결혼식장에 도착하자마자 날벌레를 잡았다. 할머니는 검은 선글라스에 핑크색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눈을 공중으로 치켜뜨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할머니는 얼마 전부터 날벌레가 보인다며 늘 허공 위로 손을 올려 허우적거렸다. 사실 할머니는 치매가 살짝 오기 시작했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재색 양복에 흰 머리카락이 서리처럼 내린 아빠가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 걸어왔다. 아빠는 그동안 사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턱살이 올라 중국 재상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빠가 나타나자 긴장을 한 쪽은 오빠였다. 아빠가 행여나 너구리 여사와 함께 결혼식에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다행히 빗나갔다. 너구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그 여자를 너구리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입 모양이 너구리 주둥이처럼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식장에 나타난 건 너구리 대신 엄마였다. 광이 난다는 화장품을 덕지덕지 바르고 어우동이나 입을 법한 짧은 밑 섶의 한복을 입고 느릿느릿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엄마의 등장에 가족 모두는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신부의 엄마라기보다 술을 팔다 막 튀어나온 주모가 더 어울렸다.

엄마는 3년 전 가출했다가 한동안 종적이 묘연했다. 그러다 몇 달 전부터 동네 찜질방에서 생활한다는 말이 들렸다. 엄마는 아빠를 보자마자 언성을 높였다.

– 네가 인간이 맞긴 하냐! 결혼할 딸년을 패게.

엄마는 아빠를 보자마자 거칠게 쏘아붙이더니 스파이더맨처럼 그 긴 손으로 아빠의 얼굴을 냅다 후려쳤다. 찰진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 이게 미쳤나, 어디서 노름하던 손을 함부로 놀려. 그 손 한 번만 더 들었다간 넌 내 손에 죽는다.

– 그래, 죽여라 죽여!

– 애 저금통까지 훔쳐간 주제에 어디서 행패야!

아빠와 엄마는 만나자마자 언성을 높였고 그 바람에 하객들이 웅성거렸다. 진짜 저 인간들이 내 부모라는 게 쪽팔리는 순간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가 남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이혼하기 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내가 천지분간도 못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사실이 새삼 끔찍했다. 나는 내 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살살 문질렀다. 나는 절대 딸년 저금통이나 훔쳐가는 엄마는 되기 싫다. 그렇다고 돈 먹는 하마 같은 아빠도 필요 없다. 나는 돈 많은 부모가 필요한 게 아니다. 따뜻한 집밥을 지어 줄 줄 아는 엄마, 택배기사를 하더라도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아빠의 모습이 보고 싶다. 가족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아빠는 없는 게 낫다.

아빠는 사업 중독자다. 그동안 슈퍼마켓 사장부터 안 해본 사장이 없다. 아빠의 지갑 속에는 명함이 수십 장이다. 아빠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아빠는 늘 습관적으로 ‘한 방이야!’를 입에 달고 살았고 주말이 되면 로또 당첨을 꿈꾸는 한심한 인간이다. 아빠가 술만 먹으면 입에 달고 사는 레퍼토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자원개발 사업이다. 아빠가 어찌나 이 사업에 대해 떠들어댔는지 내가 잠꼬대를 할 정도다.

레퍼토리 1탄은 모래 채취 사기 사건이다. 군수의 허가만 떨어지면 땅 짚고 헤엄치기라며 아는 지인들까지 부추겨 사업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군수의 허가는 떨어지지 않았고 사업권을 따냈다는 대표의 로비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군수의 모래 허가만 기다리던 아빠는 대표의 사기행각을 믿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사기꾼을 고소할 때 아빠는 끝까지 힘을 보태지 않았다.

– 이 사람들아, 만약 김 대표가 사기로 구속이라도 돼 봐. 우리 돈은 어디서 찾을 거야! 정치권 로비가 어디 쉬워. 큰돈 버는 게 어디 쉽냐고! 군수만 바뀌어 봐. 허가는 식은 죽 먹기야! 이 사람들이 지금 재 뿌려! 난 김 대표 말을 끝까지 믿는다고!

아빠는 언제나 사기꾼의 말을 믿었다. 끝까지 믿는다던 김 대표라는 인간은 얼마 뒤 베트남으로 튀었고 아빠는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아빠의 한방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중국 길림성에 석유가 개발된다는 말을 흘렸고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언니의 신용 대출까지 탈탈 끌어 석유가 나온다는 길림성에 시찰을 다녀왔다. 아빠는 길림성에 다녀온 후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처럼 히죽댔다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안절부절 했다. 아빠는 뭔가 숨길 수 없다는 듯이 어느 날 가족 모두에게 비밀을 털어놓았다.

– 아빠가 중국에서 누굴 만나고 온 줄 알아?

– 누군데?

– 시진핑.

– 시진핑이 누구야?

– 중국 권력의 실세. 그 사람 말 한마디면 모든 게 끝나.

– 그거, 지······ 진짜야? 혹시 그러다 아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지?

우린 아빠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했다.

– 야, 너 아빠 못 믿어?

– 안 믿어.

아빠는 내 말에 뭔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사진 안에서 중국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권력자랑 비슷한 얼굴의 남자와 돈 좀 있어 보이는 사람들 틈에 둘러싸인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빠는 그들 사이에서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 이 사람이 바로 시진핑이야.

아빠는 손가락으로 사진 속 남자를 콕 짚어 주었다.

– 되게 후지게 생겼네.

– 네 나이엔 이런 얼굴 별로겠지만 우리 나이엔 로망이야.

아빠가 또다시 허언증이 심해진 거라고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빠는 자신이 마치 고위 공직자라도 된 것처럼 매일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수입차들의 신차 가격을 꼼꼼히 살폈다. 사진 속 신차를 보는 내내 아빠의 얼굴은 달떠 있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저녁 뉴스를 보는 아빠의 얼굴이 점점 검게 변해 갔다. 급기야는 시체놀이를 하듯 누워만 있는 아빠를 발견하고 나는 인터넷에 들어가 그날 뉴스에 나온 내용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아빠가 내게 말했던 정치인들의 사진들도 비교해 보았다.

– 하나도 안 닮았네. 병신같이 속을 걸 속아라.

어른들은 믿는 대로 보려고 한다. 자세히 보면 가짜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아빠는 왜 이리 어리석을까. 아빠가 중국에서 만난 인간들은 사기 전문 브로커들이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가짜 정치인들을 거느리며 공항 마중부터 투자 행사 일정까지 의전을 갖추었고 감쪽같이 모든 걸 재연했다. 그들은 한마디로 재연 배우들 같았다. 얼마 뒤 그들은 알라딘의 지니처럼 연기같이 사라졌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이 하나 있다. 아빠에게 접근하는 놈들은 하나같이 만난 지 한 시간도 못 돼 서로 형님 동생이라 부르며 지랄을 떤다는 것이다. 그의 브라더들은 아빠의 한 방에 대해 훤히 꿰뚫었다. 아빠가 다 털렸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달떠 있는 얼굴을 하다가도 느닷없이 씨근덕거리며 결국 마지막에 터져 나오는 한탄이 있었다.

– 내가 미친놈이지 그런 사기꾼 놈들을 형님이라고······.

로 시작해

– 그놈들 발 뻗고 자나 두고 본다. 내 저주에 걸려 살아남는 놈은 한 놈도 못 봤다.

로 끝이 난다. 아빠는 자신을 지니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그 후 아빠는 빚쟁이들을 피한다는 핑계로 원룸을 얻어 독립했다. 그리고 가족의 원성을 외면했다. 아빠의 독립은 이완용보다 더 비겁했다. 치매에 걸린 노모와 주말도 없이 아빠의 빚과 살림을 책임지는 언니, 사춘기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 분노조절이 안 되는 취준생 오빠, 이렇게 삼남매만 덩그러니 남겨 두고 자신만 살겠다고 튀어나간 인간이 우리 아빠다.

아빠의 독립으로 우리 집 가장의 자리는 순식간에 언니로 바뀌고 말았다. 언니는 평일엔 회사에 나가 야근을 했고 주말에는 휴대폰 콜센터에서 목이 쉬도록 고객들과 말씨름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언니는 가끔 이런 말을 했다.

–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

언니에게 결혼은 어쩌면 집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는지 모른다.

결혼식이 곧 시작된다는 사회자 목소리가 들렸다. 예식이 시작될 때까지 고모네 가족이 끝내 보이지 않았다.

– 썩을 년, 우리가 잘살 때는 조카라고 물고 빨고 지랄하더니 결혼식인데 안 나타나는 것 봐.

엄마는 고모네 식구가 보이지 않자 한복 치마를 추켜올리며 중얼거렸다. 이미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돼 언니의 결혼식을 알 리도 없건만 엄마는 서운한 눈치다.

고모가 우리 집과 인연을 끊은 것도 아빠의 사업과 연관이 있었다. 아빠는 고모 집을 담보 잡아 5천만 원이란 돈을 챙긴 후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갚지 않아 고모 집이 가압류당하고 말았다. 이때 아빠는 고모의 원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를 쳤다.

– 강남 아파트 분양받아 오른 게 얼마냐! 이 정도 돈은 너한테 껌값 아냐! 가만히 앉아서 이 동네 아파트 세 채 살 돈을 벌었으면 엄마 모시는 가난한 오빠한테 돈 좀 주면 큰일 나! 욕심이 목구멍까지 차 갖고. 내 그 돈 갚나 봐라.

고모는 아빠의 이런 태도에 이를 갈았고 결국 인연을 끊었다. 처음엔 할머니 생신에는 나타나겠지 생각했지만 그건 엄포가 아니었다. 고모는 물론 고모부와 사촌오빠까지 발 빠르게 핸드폰 번호는 물론이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가족밴드에서조차 존재를 감추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가족 모두가 유령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깟 돈 오천 때문에 지어미도 못 본 척하는 못된 년, 썩을 년, 죽일 년, 빌어먹을 년, 하며 고모를 원망했다. 돈독했던 가족은 이제 남보다 못한 가족이 되고 말았다. 역시 가족은 돈이 없을 땐 필요 없는 존재가 분명하다.

언니의 결혼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언니는 얼마 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할머니와 동생들을 놔두고 결혼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언니는 내세울 것 없는 결혼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급기야 큰 결심을 했다. 언니는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 이대로 결혼을 한다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았다.

언니는 결국 시댁에 가서 양심선언을 하기로 했다. 언니는 결혼할 수 없는 구질구질한 이유를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진짜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 혼수는 필요 없어. 정아 네가 우리 집 혼수야.

그 집 누나들은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을 너무 쉽게 내주었다. 언니는 이참에 용기를 내어 모기만 한 소리로 한마디 더 얹었다.

– 치매 걸린 할머니도······ 제가 모셔야 해서요.

그 집 누나들은 혼수로 치매 걸린 할머니를 모셔 온다는 말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 모시는 건 너니까 알아서 해.

시누들은 아주 시원시원했다. 요즘 보기 드문 시댁이었다. 나는 시누들이 언니에게 반한 게 뭘까 생각해 봤다. 굳이 하나를 들자면 그건 아마도 언니의 곰발바닥만 한 큰 손이 아닐까. 언니의 건장한 덩치는 요즘 말라깽이 여자들에 비하면 큰 경쟁력이었다. 어쩌면 시누 셋이 천하장사 언니의 덩치 앞에서 기죽었는지 모른다.

언니는 일찍부터 엄마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엄마가 언니에게 물려준 게 있다면 아마 살림에 손을 일찍 놓았다는 점이다. 언니는 5학년 때부터 밖으로 나도는 엄마를 대신해 밥이며 반찬이며 해댔다. 엄마가 가끔 집에 있는 날이라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다. 언제나 자리를 펴고 끙끙 앓아눕기 일쑤였고, 살림이라고는 작패한 사람처럼 늘 고민거리를 한 짐씩 이고 와 부아가 난 듯 씨근덕댔다. 그 덕에 언니는 스트레스를 무조건 입으로 풀었다. 맛있어서 한 입, 맛없어서 한 입, 그러는 사이 언니의 몸은 물풍선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 언니에게 자신도 모르는 버릇이 생겼다. 언니는 집이든 회사든 회식이 있는 날이면 가장 먼저 반찬 집게를 들고 설쳐대며 고기가 없어질 때까지 불판을 휘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인심 좋은 숯불구이 여주인처럼 넉넉해 보였다. 언니의 무수리 기질은 몸을 사리는 젊은 치들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화된 전략이었다. 손 큰 언니의 푸근한 기질이 곰돌이를 비롯해 시댁 식구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밀병기였다. 세상에는 나쁜 경험도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준다.

언니는 혼수도 없이 결혼할 걸 생각하니 맘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궁리 끝에 우리 집 살림 중 비교적 최근에 산 살림살이에 눈독을 들였다.

– 냉장고, 식탁은 내가 찜했으니까, 그리들 알아.

이건 우리 가족에게 중대한 선전포고였다.

– 냉장고랑 식탁 가져가면 우린 바닥에서 쉰 음식 먹으라는 거야?

언니는 내 투정에도 냉장고에 대한 선전포고를 거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결혼 준비로 들떠 있는 언니의 기분을 구겨 놓은 건 바로 아빠였다.

– 남자 키가 도토리만 해서 어디에 써. 더구나 정체불명의 사업체는 언제 부도가 날지도 모르고, 시집 빨리 가봤자 고생길이 열렸는데······.

해가며 온갖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언니의 결혼을 방해했다. 아빠가 언니의 결혼을 반대하는 건 노림수가 있었다. 그건 이 집의 보증금과 언니의 월급이었다. 보증금 3천만 원은 언니가 주말까지 쉬지 않고 번 돈이었다. 언니에게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돈이었다. 아빠는 사업이 안 된다는 핑계로 언제나 보증금을 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살림 밑천인 맏딸이 시집가는 것도 손해고, 보증금 3천만 원까지 혼수 비용으로 써버린다면 아빠는 잃는 게 너무 많았다. 예상했던 일이 기어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나는 늦은 저녁까지 미혼모의 집을 알아보느라 집에 늦게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자 아빠는 부러진 식탁 다리 한 짝을 손에 들고 언니의 등짝을 패고 있었다.

– 보태 준 것도 없는 인간이 보증금 내놔라 마라야!

– 이년아 뚫린 입이라고 어디서 나불대! 내가 널 키워 준 건 돈 아니냐!

언니가 눈독 들인 식탁이 아빠에 의해 처참하게 부서진 걸 보고 미친 듯이 악을 쓰며 바락바락 대들었다. 아빠는 식탁 다리로 닥치는 대로 과년한 언니의 몸을 마구 때려댔다. 이미 거실 바닥에는 언니가 찜해 둔 원목 식탁 상판이 반 토막이 된 채 부러져 나뒹굴었다. 아빠의 한 방에 나가떨어진 언니는 머리를 산발한 채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식탁이 부서진 진짜 원인은 오빠에게 있었다. 오빠는 아빠가 떼놓으라는 서류를 잊고 떼놓지 않았다. 아빠는 그런 오빠의 무심함에 화가 나 식탁을 거실 바닥에 들어 엎었다. 때마침 언니가 퇴근해 집으로 들어와 이 광경을 보고 말았다. 언니는 바닥에 나뒹구는 부서진 식탁을 보고 거의 미친 듯이 발광했다. 그 대가는 처참했다. 방에서 자고 있던 오빠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밖으로 나와 언니의 피멍 든 눈을 보자 느닷없이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들고 거실로 튀어나왔다.

– 이 인간 어딨어! 낼모레 결혼할 딸년 혼수비는 못 댈망정 얼굴에 손을 대! 내 가만 안 두겠어.

언니의 얼굴을 보고 흥분한 오빠가 식칼을 휘두르며 아빠 앞으로 다가가 길길이 날뛰었다. 그때 잽싸게 칼을 뺏은 건 다름 아닌 오빠 등 뒤에 서 있던 아빠였다. 아빠는 오빠의 칼을 뺏어 부엌 개수대 안으로 집어던지며 한쪽 팔을 제압했다. 그사이에 날벌레를 잡던 할머니가 가세해 쿵쿵거리며 난투극을 벌였다.

딩동! 이 소란한 틈에 누군가 벨을 눌렀다. 벨 소리에 놀라 잠시 싸움이 멎었다.

– 이 시간에 누구야!

아빠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버럭 지르며 현관문을 열자 눈앞에 경찰이 서 있었다.

– 수고하십니다. 이웃에서 신고가 들어와서요.

경찰 뒤로 경비 아저씨와 아래층 아줌마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 더는 참을 수 없어 경찰을 불렀네요.

아래층 아줌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 소음유발자로 조사하겠습니다.

– 이거 아래 위층 살면서 이러기요!

아빠가 경찰의 등장에 움찔하며 투덜거리는 듯이 중얼거렸다.

– 당신이 아래층 살아 봐!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

갑자기 복도 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아래층 남자까지 나타났다. 여자의 남편쯤 되어 보였다.

– 이 집 핸드폰 진동은 늘 바닥에서 덜덜거리며 새벽잠까지 방해해요.

– 그것뿐인 줄 알아요? 시도 때도 없이 쿵쿵거리며 러닝머신인지 뭔지 뛰어대니, 에이씨, 이 집구석은 아파트를 체육관으로 아는 거야 뭐야. 싸움 한번 시작하면 비명은 기본이고 돼지라도 잡는지 웩웩거려 불안해 살 수가 없다고! 현관문은 어찌나 꽝꽝 열고 닫는지 문 부서지는 소리가 꼭 전쟁터에 와 있는 느낌이라니까. 아저씨들도 아까 들으셨죠? 살인 충동 유발시키는 거요.

아래층 남자와 여자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성토했다.

– 살인 충동! 이거 지금 살인이라고 했소. 듣기만 해도 열 받네.

아빠는 경찰이 눈앞에 있는데도 목청을 있는 대로 힘껏 내지르며 끝까지 할 말을 해댔다. 결국 경찰이 나섰다.

– 저기요! 선생님, 층간소음은 지금 국가적으로 큰 문제예요. 그러니 양해하시고 서로 입장을 배려해 주심이 좋을 듯합니다. 선생님께서 사과하시고 주의하신다는 약속을 해주며 합의하시죠.

경찰은 허연 이를 드러내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싸움을 중재했다. 다행히 아빠는 경찰서로 끌려가진 않았다. 경찰은 새벽의 소란을 빨리 마무리 짓고 복귀하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아빠는 소리를 지르거나 항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래층 부부에게 사과하지도 않았다. 그냥 경찰의 중재에 몸을 맡기는 태도로 일관했다. 새벽의 소란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날 밤 아빠와 오빠는 긴급히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아빠와 오빠는 좀 전의 일은 까맣게 잊은 채 공공의 적이었던 대상이 바뀌었다. 아래층 부부가 우리 가족을 지목해 소음유발자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에 대해 아빠는 분노했다.

– 아래층 가만 놔둘 수 없잖아.

아빠는 경찰을 부른 대가를 톡톡히 치러 주자고 했다. 나와 언니는 그들의 회의에 동참할 이유가 없어 방을 나왔다. 그 대신 조용한 평화를 느긋이 즐기기로 했다.

그사이 안방에서는 남자 둘이 심각하게 얼굴을 맞대며 늦은 밤까지 회의가 끝나지 않았다. 가족이 모여 고작 한다는 짓이 아래층 사람을 응징한다고 머리 맞대고 있다니, 참 한심스러웠지만 잠시의 평화가 그리 싫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밤부터 남자 둘은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 야! 프라이팬 베란다에 가서 두 번 이상 떨어뜨려. 그리고 찍어.

– 개새끼들아! 한 번만 더 올라와서 지랄하면 그때는 우리가 302호 접수한다.

오빠는 협박성 글들을 검정 매직펜으로 적어 아래층 우편함에 시도 때도 없이 집어넣었다. 땡빚을 내서 302호를 접수한다는 말은 아빠가 내뱉은 말이었지만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사실 우리 가족 누구도 땡빚을 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빠의 말을 믿은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딱 3주 만에 그들이 302호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예식은 시간에 맞춰 진행되었다. 나는 식장에 올 때부터 이상하게 먹은 게 체한 건지 배가 살살 아픈 게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 잡은 출산예정일이 아직 두 달이나 남아 있었다. 식장 안이 갑자기 조용해지며 손님들의 눈이 식장 입구로 쏠렸다. 엄마와 사돈집 어른이 주단을 밟고 입장을 했다. 엄마는 오른손으로 치맛자락을 거머쥐고 고개를 위로 바짝 쳐들고 씩씩하게 걸었다. 조신과 품위는 눈 씻고 찾을 수 없었다. 그에 비해 사돈 어르신은 참한 걸음으로 사뿐사뿐 걸었다. 화촉을 밝히려 엄마가 먼저 붉은색 카펫 계단을 오르는 순간 치마에 발부리가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어우동 한복이 끝까지 말썽을 부렸다.

그 순간 신부 입장을 기다리던 언니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아빠 역시 언니의 손을 잡다 말고 두툼한 입술이 쩍하고 벌어지고 말았다. 아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입 모양을 봐서는 저 화상머리하곤······ 이런 중얼거림 같아 보였다. 식장에 모인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내 귀에까지 들렸다. 웅성거림도 잠시, 엄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치맛자락을 거머쥐며 다시 일어나 태연히 화촉에 불을 밝혔다.

잠시 후 결혼행진곡이 울렸다. 그런데 언니는 아빠 대신 곰돌이와 팔짱을 끼고 식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언니가 아빠의 손 대신 곰돌이의 손을 잡은 것이다. 아빠는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언니는 마지막 순간에 아빠에게 멋지게 복수를 했다. 아빠는 식장 입구에서 행인1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엄마는 행인1에게 옆자리로 오라는 손 신호를 보냈다.

엄마가 서울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들은 건 언니의 결혼 날짜가 잡힌 지 얼마 후였다. 엄마는 내게 고시원에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고시원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엄마가 나타났다는 소리는 또 뭔가 털겠다는 신호로 보였다. 이번엔 내가 엄마를 외면했다.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할 순 없었다. 문자에 답이 없자 엄마는 전화를 쉬지 않고 해댔다. 수신거부로 설정하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엄마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했고 운 나쁘게 그 전화를 덜컥 받고 말았다.

– 야! 이년아, 엄마랑 인연 끊으려고 작정했냐! 언니 결혼한다매!

엄마가 산다는 고시원은 4층이었다. 계단 하나하나가 석탄가루를 끼얹은 것처럼 검은 때가 천 년쯤 묵은 것처럼 보였다. 4층에 도착하자 우중충한 신발장이 왼쪽으로 보였고, 긴 복도가 굴처럼 어둡게 눈에 들어왔다. 고시원비 29만 원이라는 숫자가 관리실 유리창 안쪽으로 보였다. 207호실은 복도 끝에서 좌측으로 꺾어진 구석진 방이었다. 방 앞에 서자 엄마의 괄괄한 음성이 복도 밖으로 새어 나왔다.

– 그년하고 살든 말든 상관 말고 이혼했으면 되는데 왜 등신같이 이혼도 못 하고 아버지한테 맞구 살아! 끝까지 고집부리다 엄마가 얻은 게 뭐야!

엄마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엄마가 당당하게 소리 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곤 외할머니밖에 없었다.

– 결국 아버지 죽었을 때 소복 입은 여자 셋이 나란히 머리 풀고 있는 바람에 내 꼴이 뭐가 됐는데! 시댁 식구들이 문상 와서 기함하고 그 뒤 얼마나 날 개무시 했는지 알아! 내가 이렇게 된 것도 다 엄마 탓이야!

엄마는 케케묵은 옛날이야기를 들먹거리며 외할머니에게 팔자 한풀이를 해댔다.

– 엄마가 얼른 아버지 놔줬으면 내가 의부증 생길 일도 없고 도박에 손대는 일도 없었어.

난 그 대목에서 문을 벌컥 열고 말았다. 엄마는 느닷없는 내 등장에 조금 놀란 듯이 날 물끄러미 쳐다봤다. 잠시 후 엄마는 음성을 낮추고 핸드폰을 끊었다.

– 어쩐 일이냐? 연락도 없이.

엄마는 불시에 들이닥친 내가 맘에 안 든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 문자로 오라고 알려준 건 엄마거든.

나는 뾰족하게 대답했다.

– 그래, 잘 왔어. 언니 결혼식 문제도 있고 해서 들르라 했다. 네 아빈 딸년 결혼식이 코앞인데 전화 한 통 없으니 내 얼마나 답답하겠니?

엄마의 음성이 조금 전과 달리 나긋나긋했다.

– 어제 언니, 아빠한테 신나게 두들겨 맞았어.

– 뭐야? 아직도 그 인간 손버릇 여전하니? 네 아빤 욕설과 폭력이 무슨 가장의 특권이라도 된대? 경찰에 확 신고하지 그랬니? 요즘 가정폭력법이 쎄다던데.

– 신고하면 언니는 누구 손 잡고 식장에 들어가?

나는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엔 엄마에 대한 불만이 섞여 있었다.

– 허긴 그렇네. 그 인간 감옥에 쳐느면 사돈네 볼 면목이 없긴 해. 그 인간 너 가졌을 때도 날 계단으로 밀친 인간이야. 너 엄마 때문에 세상 나올 수 있었어. 돼지저금통 충분히 줄 이유가 돼. 알아?

엄마는 아빠를 희생양으로 삼아 돼지저금통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저금통을 꿀꺽 삼킨 일을 날 살린 것으로 대신 퉁 칠 작정이었다. 그 속내가 빤히 보였지만 나는 모르는 척하며 그다음 이야기로 진도를 뺐다.

– 진짜? 밀친 이유가 뭔데?

– 으응, 널 떼라는 거지. 먹여 살릴 자신이 없다고. 나도 고민 안 한 건 아냐.

– 아빠는 이제 나한테 아웃이야.

– 자기가 사업이랍시고 까먹은 게 얼만데. 내가 하우스에 괜히 들락거린 줄 알아? 다 살려고 그런 거야. 넌 엄마 이해하지?

– 저금통 갖고 튄 것 빼고는······.

– 얘는 고깟 돈이 얼마라고?

– 고깟 돈? 나한텐 큰돈이야!

엄마가 저금통을 강탈하기 위해 내 앞에 나타났을 때 한 말이 떠올랐다.

– 이게 다 널 위한 일이야. 좀만 기다려. 엄마가 너랑 같이 살려고 준비 중이야. 근데 너, 혹시 책상 위에 저금통 있지. 그거 잠깐 빌리자.

– 안 되는데······.

– 며칠이면 돼.

– 안 돼.

– 정말?

– 내가 엄마한테 저금통 준 거 아빠가 알면 나 쫓겨나.

– 진짜?

– 응.

– 딸년이라고 정이 없네.

– 엄마는 모성애가 없어.

– 뭐야? 모성애?

– 정말?

– 응 정말.

– 나 너 사랑하는 거 알지.

– 알지는 털 없는 쥐야.

– 이년아! 그러지 말고 엄마랑 같이 살려면 돼지저금통 들고 와.

엄마의 우격다짐과 사탕발림에 넘어가 5년이나 키운 통통한 돼지저금통을 엄마의 손에 집어주고 말았다.

– 넌 돈도 없으면서 애는 왜 낳으려는 거야?

엄마는 뜬금없이 애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임신한 사실을 언니에게 전해 들었나 보다.

– 그건······.

나는 엄마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고시원 문이 벌컥 열리며 외할머니가 좁은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 아이씨, 이 좁아터진 고시원에서 뭐 하자는 거야. 노인이 날 추우면 얌전히 방구석에 있을 것이지 여긴 뭐 하러 왔어.

– 내 분해서 안 왔냐? 그러게 돈 좀 작작 쓰지 뭐 한다고 돈을 물 쓰듯 써대고 도박에 의부증에 이 아사리판을 맹글고 내 탓을 허냐. 난 교자상 하나 사는 것도 니 애비랑 의논했어야.

– 그래! 엄마 잘 만나서 지금 이 모양으로 혼자 사는 거요, 됐소!

– 내가 맞고 살았으면 네년은 남편 패고 살았냐. 그라고 자식 교육을 을매나 잘 시켜서 피도 안 마른 딸년이 배불러서 저 모냥이 됐다냐. 니년은 할 말이 읊어야.

외할머니는 내 부른 배를 보며 엄마의 약점을 제대로 잡은 듯 비아냥댔다.

– 네년이 중학교 때부터 거울 앞에 종일 살지 않았냐. 내가 그 꼴 참느라 죽을 뻔했다야. 세수는 꼴랑 고양이 낯바닥 닦듯 해치우고 거울 앞에 바짝 다가가 그 치렁치렁한 머리채로 내 속을 을매나 뒤집었냐. 밥 먹는 꼬락서니 못 참아 머리 좀 자르라고 쓴소리라도 할라치면 수저 탁 놓고 내 머린데 웬 참견이냐고 바락바락 대들며 나갔어야. 넌 딸이 아니라 웬수였어야. 어찌 가슴에 천불을 지르는지······. 노름 그만 하고 니 딸년 간수나 잘해야.

– 지년이 싸댕기며 애 가진 걸 나더러 어쩌란 말야. 강아지마냥 졸졸거리며 뒤를 따라다닐 수도 없고. 나라고 저 꼴 보는 속이 편할 것 같아. 왜 여기까지 와서 염장질이야! 빨랑 다들 나가! 내 속 뒤집지 말고!

엄마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외할머니를 방 밖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문을 확 잡아당기며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리고 이번엔 날 향해 악을 썼다.

– 너도 빨랑 나가! 네 꼴 보면 속이 시끄러! 감쌀 걸 감싸야지, 미련한 년, 한몫 챙길 생각은 안 하고 돈도 없이 애는 덜컥 낳는다고 지랄이야. 그놈 어딨어?

– 나도 몰라!

– 네년이 모르면 누가 알아? 어린년이 몸간수 못 하고 배 속에 애까지 달고 나타나! 난 네 나이에 얼굴에 분칠은 해도 사내놈과 정분나는 일은 상상도 못 했어. 그놈 어딨는지 빨랑 안 불어?

– 여기 없어. 걔네 호주로 이민 갔어. 그래서 못 찾아.

– 그럼 호주대사관에 연락해.

– 이제와 왜 이래? 엄마가 나설 일 아냐. 난 엄마랑 아빠랑 싸우는 거 지겨워서라도 애 혼자 키울 거야.

– 아이고 복장 터져! 팔자도 눈이 있다던데, 내 팔자야. 요즘 애들은 영악해 피임만 잘하더라. 미련하긴······.

– 엄마 신세 안 질 거니 신경 끄지. 난 다른 애들처럼 베이비박스나 화장실에 애를 버리진 않아. 미혼모 시설 다 알아놨어. 학교 갈 필요도 없고, 거기서 애 낳고 1년 이상 살 수 있어. 나만 잘하면 독립할 수 있게 보증금도 나라에서 대준대. 애가 귀한 세상이잖아. 일도 다시 할 거고.

– 대포통장 터주고 폰팔이? 그것도 일이냐 이년아!

– 열네 살부터 이 짓 해서 원하는 거 다 샀어.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그런 소리야! 난 돈 많이 벌어 나중에 룸싸롱 차릴 거야. 그사이 스위트 파파 있으면 대박 아냐.

– 스위트 파파? 그게 또 뭐야?

– 아이씨, 그런 거 있어.

– 이년아 고작 한다는 짓이 룸싸롱에 스위튼지 뭔지? 배 속에 든 애가 뭘 배우겠어?

–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면 될 거 아냐. 난 엄마같이 살지 않을 거야. 애가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며 당당하게 살 거라고. 가끔 난 이런 내가 자랑스러울 때가 있어. 돈도 벌고 애도 가졌거든. 열일곱 살이면 다 큰 성인이야. 엄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 그만 해.

– 언제 달려갈지 모르는 폰팔이에 배는 남산만 해 가지고 어린년이 퍽이나 잘하는 짓이다. 너 미혼모나 이혼은 여자에게 전과 딱지나 다름없어. 어미나 딸이나, 아이고 내 팔자야.

엄마의 신세한탄은 여전히 진부했다.

– 나 배고파 밥 줘!

– 주방에 나가면 밥 있어. 뒤져 봐.

나는 종일 굶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임신한 후로는 늘 배가 자주 고팠다. 방에서 나와 복도 끝에 있는 주방 냉장고를 뒤져 보았다. 냉장고 문을 열자 시어터진 김치와 단무지 조각이 말라붙어 있었다. 아이씨, 괜히 열었네. 이번에는 냉장고 옆에 있는 밥솥을 열었다. 솥에서 묵은쌀 냄새가 코를 찔렀다.

– 지금 나더러 이걸 먹으라는 거야? 내가 원하는 건 막 지은 흰 쌀밥이야.

– 엄마 힘들어. 지금 밥하라는 건 아니지. 나도 종일 마트에서 손님한테 시달려. 쉬는 날이면 아무 생각 없이 누워만 있고 싶은 생각뿐이야. 너 배달음식 시켜 줄까?

– 됐어. 근데 엄마 요즘 마트 나가?

– 그럼 고시원비 언놈이 대줘? 네가 연락도 없이 와서 밥이 없잖아.

– 엄마가 언제는 밥했어? 마트에서 일 안 해도 밥 안 했잖아.

– 하긴, 그렇긴 하다.

– 반찬 안 하는 게 나아. 엄마 반찬은 최악이야. 할머니도 엄마가 한 반찬은 못 먹겠다고 늘 버렸어. 일단 간이 안 맞아.

– 그래 먹지 마 이년아! 그래도 엄마니까 그거라도 한 거야. 그렇게 잘난 네가 앞으로 반찬 해라. 딸년이 주는 밥상 좀 받아 보자.

– 나 그럴 틈 없어. 사업이 바빠.

– 뭔 사업? 좋은 말 할 때 그만둬라. 이년이 소년원에 들어가고 싶어 발광이 났네.

– 이제 쫄리지도 않아. 소년원이 뭐가 무서워. 거기 갔다 오면 최소한 기술은 배워. 하지만 학교 간다고 누가 용돈 줘? 그렇다고 기술을 가르쳐주길 해. 그래도 거긴 나름 조직이 있어. 조직 안에서 별은 달수록 자랑스럽거든.

– 지랄하네. 퍽이나 자랑스럽겠다. 넌 인생을 똥으로 만들 거니?

– 말은 똑바로 해. 원래가 똥이라서 다이아로 만들려는 거야.

– 그래서 너 아베크롬비 입니? 그런 거 입는다고 인생이 다이아 되는 건 아냐.

– 엄만 페이스북도 안 보지? 거기 들어가 봐. 잘사는 애들 천지야. 너 어디 가봤니? 나 명품 샀다, 우리 집 어때, 내 얼굴 예쁘지. 이런 자랑질 하는 애들 때문에 나만 거지같아. 두고 봐. 엄마 인생도 나 때문에 필걸!

– 미친년, 아무리 돈이 좋아도 딸년 소년원 처넣고 웃는 년 없어.

– 엄마가 지금 성인군자같이 말해도 현금다발 안기면 다를걸.

– 그런 쓸데없는 얘기 집어치우고 애 아빠가 누군지 불어. 내 가만 안 둘 테니.

엄마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 아이씨, 또 그 얘기야! 나 갈래!

나는 엄마의 추궁에 고시원 방을 나오고 말았다.

사실 그 남자애를 만날 즈음 나는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빈집이 싫었고 내 야구 모자를 훔쳐 쓰고 밖으로 달아나는 할머니를 감시하는 일에 지쳐 있었다. 더구나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려는 아빠의 치졸한 계획에 끽 소리도 못 하고 잠자코 아빠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 했다. 요양원 입소를 하려면 최소 3등급은 받아야 했다.

나는 매일 할머니에게 치매 훈련을 시켰다. 할머니는 내가 시키는 대로 고모 이름이나 아빠 이름, 손자 손녀의 이름을 헷갈려하는 연기를 고분고분 따라하다가도 막상 임상심리사가 방문하는 날에는 눈동자가 더 또렷해지며 기억을 잃지 않았다. 할머니를 요양원에 맡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왜 이런 짓까지 하면서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야 하는지 짜증이 났다. 내가 보기에는 이건 고려장만도 못한 일이다. 아빠는 요양 등급을 받지 못한 탓을 내게로 돌렸다.

– 눈먼 돈이 요양원으로 넘치는데 이럴 때 혜택 못 본다는 게 말이 돼? 우리 같은 사람들이 나랏돈 받기 어디 쉽냐고. 다 늙어빠진 노인네 나랏밥 좀 먹겠다는데 그것도 못 봐주느냐고!

아빠는 마치 나랏돈이 자기 돈인 것마냥 배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는 내내 영혼이 점점 하수구로 쓸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따라 교회에 가게 되었다. 성가 밴드에서 기타 치는 남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영혼을 구원한 건 예수가 아니라 그 남자애였다. 그 남자애 곁에 있으면 새처럼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나에게 없는 게 그 남자애에게는 있었다. 그 애랑 이상하게 몸이 닿고 싶었다. 그 애가 부르는 성가를 나도 따라 부르면 그 애처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꼬리를 쳤다. 사랑이란 게 그 사람과 잘 수 있냐 아니냐의 문제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미 그 남자애랑 살을 섞었다. 우리 나이에 자살은 그렇게 낯선 단어가 아니듯 남자랑 잠을 자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임신은 내게 한 방을 먹이고 말았다. 처음엔 배 속 아기를 지울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나 내 배 속에 들어온 생명을 지운다는 게 무서웠다. 임신 사실을 그 남자애에게조차 말하기 싫었다.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배는 불러 갔다.

결혼식 주례는 너무 지겨워 하품이 날 지경이었다. 엄마는 그동안 한 짓이 미안한지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내기 바빴다. 아빠는 식이 진행되는 중에도 양복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넣기를 반복했다. 결혼식은 다행히 무사히 끝이 났다. 언니가 곰돌이의 팔짱을 끼고 오랜만에 이가 드러날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니의 웃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언니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눈물이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언니가 이렇게 빨리 드레스를 입을 줄은 몰랐다. 잠시라도 고분고분할 걸 그랬나 싶어 미안했다.

엄마와 아빠도 가족사진을 찍으러 신랑 신부 옆에 나란히 섰다. 할머니도 웬일인지 가족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날벌레를 잡지 않았다. 고모네 식구가 통으로 빠져 허전했다. 우리 가족은 결혼사진을 잘 찍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사진사의 말에 따라 군말 없이 움직여 주었다. 찰칵찰칵, 처음으로 양부모가 함께 나오는 사진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10년 만에 처음 찍는 가족사진이었다.

사진 촬영이 끝이 날 무렵 웬 낯선 사내 둘이 식장 안으로 들어서며 신랑 신부 앞으로 다가왔다. 그 사내들은 종이 한 장을 내보이며 곰돌이의 양옆에 서서 팔짱을 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말들을 해댔다.

– 당신을 마약 밀거래법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이 시간 이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방송에서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 때 하는 말이었다. 곰돌이는 이상하게 반항을 하지 않고 순순히 그들에게 몸을 맡겼다. 그들은 서둘러 곰돌이를 데리고 식장을 빠져나갔다. 언니가 곰돌이의 뒷모습을 보며 자기야 자기야! 를 연발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엄마가 언니에게 눈을 부라리며 냅다 소리를 질렀다.

– 이년아! 약쟁인지도 모르고 결혼을 덜컥 하는 년이 어딨니? 첫날밤도 치르기 전에 유치장에서 신혼 첫날을 보내게 됐으니 빌어먹을 년, 내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비싼 한복 빌려 입고 오는 게 아닌데!

엄마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아빠는 어느새 사진 촬영 때문에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부조함을 들고 냅다 튀었다. 그러자 놀란 할머니가 갑자기 날벌레를 잡는다며 허공에 손을 대고 미친 듯이 휘휘 저으며 식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식장에 들어설 때부터 아프던 배가 이제는 5분 간격으로 참기 힘든 통증으로 몰려왔다. 생리가 나오는 것처럼 아랫도리에서 뜨거운 액체가 물컹물컹 쏟아졌다. 난 바닥에 주저앉아 배를 부여잡고 통증이 올 때마다 아악! 아악! 하고 식장이 떠내려가라 비명을 질러댔다.

– 이년은 또 왜 이래?

엄마가 날 보더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배······ 배가······ 너무 아파.

– 미친년아, 너 애 나오려나 봐!

– 119 빨리 불러! 빨리!

누군가 구급차를 부르는 전화소리가 귓전에서 얼핏 들렸다. 1분 간격으로 밑이 빠질 것 같은 진통이 몰려왔다. 진통의 강도가 세질수록 무섭고 애 가진 게 미치도록 후회가 되었다. 또 하나의 패밀리가 달도 채우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기를 썼다. 왜 여자들이 애를 안 낳으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엄마들이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견뎌내고 애를 낳는다는 건 거짓이 아니었다. 엄마가 돈도 없는데 애는 왜 낳으려고 하냐는 질문에 정확히 답을 할 수 없었지만 아마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엄마에게 했던 말들이 미안했다. 그리고 엄마가 고시원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딸년 소년원에 처넣고 웃을 년 없어!’라는 말뜻을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이렇게 고통을 참고 애를 낳았다는 기억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엄마가 된다는 건 꼭 돈으로 따지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난 아빠나 엄마처럼 되기 싫다. 이제 아베크롬비도 스위트 파파도 다 필요 없다. 이 애한테만큼은 따뜻한 집밥과 식탁이 부서지지 않는 그런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다. 룸싸롱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애 저금통만은 절대 손대지 않으리라. 차라리 구걸하고 말지.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내 귀에 가까이 울렸다. 그 순간 으흥, 으흥 호흡이 가빠지며 온 힘이 똥 누듯 아래로 주어졌다. 뭔가가 밑으로 쑥 하고 미끈하게 빠져나왔다. 이로써 또 하나의 패밀리가 달도 못 채운 채 세상에 태어났다.

작가소개 / 손현주 200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엄마의 알바」로 당선되며 2009년 『헤라클레스를 훔치다』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 2011년 『불량가족 레시피』로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는 『헤라클레스를 훔치다』, 장편소설로 『불량가족 레시피』, 『소년 황금버스를 타다』, 『싸가지 생존기』 등이 있다.

《문장웹진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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